

정부세종청사 통근버스
전세버스업계가 지방 공공기관의 수도권 통근버스 운행 종료와 초등학교 야외활동 기피에 유가까지 급등, 3중고를 겪고 있다며 비명이다.
9일 전세버스업계에 따르면 전국 10개 권역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45곳이 운영해온 ‘수도권 통근버스’ 운행이 3~6월에 전면 중단될 예정이다. 1곳은 이미 2월에 운행을 종료했다.
◇ 수도권 통근버스 운행 중단으로 고정 수입원 상실
공공기관의 수도권 통근버스 운행 중단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공기관을 이전해놓고 서울로 가는 전세버스를 운행하면 공공기관 이전 효과가 없지 않나”라고 말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국토교통부는 이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직후인 지난 1월 27일 각 부처에 공문을 보내 공공기관의 수도권 전세 통근버스 운영을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전세버스업체들은 대부분의 공공기관과 올해 12월 마감되는 운행계약을 맺었는데, 갑자기 버스 운행이 중단되는 바람에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됐다. 운송업체와 공공기관이 맺은 계약금액은 220억 원에 달한다.
일부 운송업체들은 계약 중도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나 위약금 소송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반적인 가동률 저하 속에 업계에서는 알찬 고정 물량이 사라져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 일선 교사들, 학생들 야외활동에 '몸조심'…전세버스 영업에 타격
또 지난 2022년 11월 강원도 속초시 체험학습 사고 후 인솔 교사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전국의 초등학교들이 야외활동을 기피하거나 중단하는 바람에 전세버스 영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은 속초시 테마파크 주차장에서 초등학생이 현장 체험학습 중 후진하는 전세버스에 치여 사망한 사고다. 이 사고로 인솔 담임교사가 재판에 넘겨져 교육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그 후 지난해 개정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사들의 면책 기준이 명확히 규정됐으나 교사들은 여전히 수학여행, 현장학습 등 학생들의 외부 활동에 소극적이다.
전세버스업계는 교육청이나 각 학교에 다양한 외부활동을 독려하고 협조를 구하고 있으나 일선 교사들의 '몸조심'때문에 성과는 거의 없는 편이다.
◇ 유가 급등…전세버스는 유가보조금 없어
여기에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급등하고, 전세버스 주 연료인 경유값이 휘발유보다 더 비싸지면서 전세버스업계는 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경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923.84원으로 10일 전인 지난달 말(1598원)과 비교하면 20% 넘게 급등했다.
전세버스는 특히 노선버스, 화물차와는 달리 유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비용 압박이 더 심하다.
20년 넘게 전세버스를 운전하고 있는 A씨(60)는 "한번 주유할 때마다 50만원 넘게 나와 너무 힘들다“며 ”유가가 앞으로 더 오를 걸 생각하면 업계가 전체적으로 견딜 수 있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전세버스업체 사장 B씨(55)는 ”이대로 가면 전세버스업계는 버틸 재간이 없다“며 ”전세버스에게도 유가 보조금 지급 등 적극적인 정부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업·대학교 통근버스 등 남은 물량 놓고 덤핑 불사
업계는 현재 위기가 코로나 때보다 더 심각한 역대급 위기라고 진단한다. 업계 평균 가동률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일부 업체의 가동률은 30~40%대에 불과하다.
전세버스 시장은 크게 ‘통근’과 ‘여행’으로 나뉜다.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통근버스는 단가는 낮지만 장기 계약을 통해 고정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나머지 30%인 여행 물량은 학교 수학여행이나 현장학습, 산악회, 지방여행 등 단발성이지만 단가가 높아 업계의 주 수익원이 되어 왔다.
하지만 공무원 통근버스와 초등학교 현장학습 물량이 사라졌고, 여행도 단체보다는 개별여행 추세라, 흔히 말하는 봄·가을 관광 성수기도 예전같지 않다. 남은 시장은 기업·대학교 통근버스와 학원 셔틀뿐인데, 물량이 한정돼 있다 보니 경쟁 또한 치열하다.
결국 업체들은 생존을 위한 가격 덤핑 경쟁까지 불사하고 있다. 기업이나 대학교 통근버스는 대부분 최저가 입찰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가격이 너무 싸게 들어오는 바람에 오히려 기업 담당자가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모 기업 전세버스계약 담당자는 “지난해 말부터 입찰 단가 덤핑 경쟁이 심화됐다”며 “올해 초 입찰회사도 평년 대비 3배 이상 늘었고, 입찰 단가도 매우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운송업체들의 무리한 가격 덤핑이 자칫 직원들의 안전문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고민된다”며 “적정 단가를 보장할 방법을 다양하게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전세버스업계는 ”코로나 시기 보다 더한 역대급 위기로 운송사의 수익구조가 완전히 붕괴됐다”며 ”이대로 가다간 망하기 십상이다. 더 큰 문제점과 부작용이 일어나기 전에 정부와 업계 통합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병문 기자
출처 : 교통경제
이병문 기자 tb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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