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 긴급 현안 인터뷰
"예고 없는 통근버스 중단... 우리 입장에선 '계약 파기' 감정"
"1~2년 운송 계약 맺고, 2억원짜리 차 샀는데..."
"정부 입장 충분 공감... 성공한 통근버스 '세종' 사례 살펴봐야"
교사 형사처벌로 소풍·견학 중단
"교육 현장과 업계 모두 고립"
"6년 내내 소풍 한 번 못 가는게 정상인가"
"선생님 부담덜 수 있는 방안 마련 중"
서울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오성문 이사장. 사진=시장경제DB
전세버스 업계가 벼랑 끝에 몰렸다. 이재명 대통령 한 마디에 수백억원 규모의 지방 공공기관 통근버스 계약이 종료되고, 초등학교의 야외 활동 거부까지 전세버스 시장이 붕괴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정부가 소상공인이나 다름없는 버스 업체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지난 12일 서울 잠실 교통회관에서 서울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오성문 이사장을 만나 직면한 현안을 짚어봤다.
-이재명 대통령께서 부동산 특혜 등을 바로 잡기 위해 공무원 통근버스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공무원쪽에선 정부 예산을 기준으로 220억원이라 추산하지만, 실제로는 300억원 수준이다. 정부에서 통근버스를 중단하는 배경은 200% 공감한다. 문제는 계약을 중단하는 방식이다. 전세버스는 통상 1월에 연간 계약을 맺고 대당 2억 원이 넘는 차량을 할부로 구매해 영업을 준비한다. 그런데 대통령 지시 한마디에 운행을 중단시켰는데, 우리 입장에선 ‘계약 파기’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순차적으로 계약이 파기되고 있는 오는 6월이면 지방 공공기관 통근버스 운송 계약은 전량 파기된다. 연착률 제도가 필요하다.”
-과거 세종시 통근버스 사례는 성공한 사례라고 들었다.
“세종시 때는 약 2년의 유예 기간이 있어 업체들이 수요처를 변경하거나 차량을 정리할 ‘탈출구’가 있었다. 정부가 세종 사례를 한번 들여다 봤으면 좋겠다. 우리 입장에선 운행 종료로 남은 계약 기간의 할부금과 기사 인건비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 이로 인해 덤핑 경쟁이 심화돼 전세버스 운임과 시장 자체가 붕괴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이 붕괴는 국민과 기업 피해로 직결된다.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가 연착륙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버스가 남아돌면 결국 업체 간 출혈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벌써 시작됐다. 이미 가격 경쟁을 넘어 ‘가격 붕괴’ 초입 단계다. 물량은 한정돼 있는데 일감이 없는 버스들이 쏟아져 나오니 가격 덤핑 경쟁으로 요금 체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최근 L사의 통근버스 입찰 사례를 보면, 가격이 10% 이상 하락했다. 정확히 코로나19 시기로 회귀했다. 문제는 이건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다. 6월에 계약 종료된 차들이 시장에 대거 풀리면 그땐 '시장 교란' 수준이 아니라 '시장 파괴'가 일어날 수 있다. 그전에 연착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세버스 대당 월 유지비는 약 1천만원인데, 현재 가동률은 30~40%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경영 한계에 도달한 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나?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조합에 면허 반납이나 매각 의사를 밝힌 회사는 없다. 다만 업체 수가 80개에서 56개로 급감했다 오는 6월 지방 공공기관 통근버스 운송 계약이 전량 파기 때문에 6월 이후 기업-학교 통근버스로 수주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따라서 6~7월이 위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6월에 계약 종료된 차들이 시장에 대거 풀리면 그땐 '시장 파괴'가 일어날 수 있다. 그전에 연착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격이 무너지면 결국 시민 안전 위협으로 이어지지 않겠나.
“수익이 악화되면 가장 먼저 ‘사람’(기사)에 타격이 온다. 베테랑 기사님들이 월 400만원 정도를 받는데, 단가가 떨어지면 그 월급을 못 준다. 베테랑들은 다른 업종으로 떠나고, 그 자리를 60~70대 고령 기사나 미숙련 기사들이 300만원을 받고 채우게 된다. 피로도는 높아지고 안전 능력은 부실해진다. 수익이 없는데 차량 정비나 안전 장치에 투자할 여력이 어디 있겠는가. 요금 붕괴가 사고 발생률을 높이는 악순환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전세버스산업이 위기인 이유는 공무원 통근버스 중단 뿐 아니라 초등학교에서 소풍, 견학 같은 야외활동이 동시에 중단됐기 때문이다. 한쪽은 대통령, 한쪽은 선생님을 설득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법 개정으로 교사의 형사 책임이 면제되고 보조 인력도 지원되지만, 여전히 민원을 우려해 소극적이다. 아이들이 6년 내내 소풍 한 번 못 가고 졸업하는 게 정상적인 교육인가. 이는 교육, 버스, 지역 상권 모두를 고립시키는 행위다. 책임 소재와 악성 민원 때문에 선생님들이 힘들어 하는 거 상세히 알고 있다. 선생님들도 책임과 용기를 조금만 더 가져줬으면 좋겠다”
-현장 체험학습 중단이 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생각보다 큰 것 같다.
“버스만 노는 게 아니다. 애들이 나가야 김밥 한 줄이라도 사고, 지자체 숙박시설도 돌아간다. 지역 경제 전체가 멈추는 것이다. 선생님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선생님이 이겨낼 수 있도록 함께하고,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 일부 선생님들의 소극 행정으로 많은 소상공인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으니 이번 계기로 모두가 발전되고 성숙해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전세버스는 지하철, 시내버스에 이어 수송 인원 3위를 차지하는 공공재다. 정책 변화로 소상공인이 희생된다면 최소한의 예의와 연착륙 방안은 갖춰줘야 한다. ‘칼로 자르듯’ 끊어내는 행정은 시장의 불신과 불확실성만 키울 뿐이다. 학교 현장도 아이들을 위해 문을 열어달라. 우리가 안전하게 모실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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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호 기자 jkh@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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